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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컬럼> 방안을 찾아주세요

우리들 바라보기(상)

김희삼 | 기사입력 2021/06/02 [13:57]

<김희삼 컬럼> 방안을 찾아주세요

우리들 바라보기(상)

김희삼 | 입력 : 2021/06/02 [13:57]

 

 

  ▲ 김희삼 / 안산시민

 

소주를 아주 맛나게 먹는 친구가 있다. 그렇다고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반주로 먹지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꼭꼭 씹어서 넘긴다. 특이한 음주 버릇을 가진 이 친구는 지방은행 서울지점장 출신이다. 숫자에 무지하게 밝고 은행원 출신 아니랄까봐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쪽은 거의 도사급이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산세 좋은 소도시 외곽에서 금융과는 많이 다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그 집 옆 계곡에서 냇물이 흐르는데 수려한 수묵화다. 그곳은 이 친구의 작업장이기도 하다.

 

작업장이라니 무슨 말이냐. 작업장은 그가 글씨 공부를 하는 서예실이나 독서실 정도를 일컫는데 현재 그는 이곳에서 글씨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혼자서 먹을 갈아 글씨를 쓰고 전시회에 참여를 하고 요즘에는 그림까지 그려낸다. 어느 해 ‘奇正相生’이라는 글을 써 내게 가져와 사무실 벽에 걸리게 해준 사람이 그다. 기정상생은 원래 전법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현대적으로 의역해서 의사결정 할 때 단호함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사고가 있어야 한다 쯤으로 알아먹으라고 말한다. 맞는 해석인지 모르겠다.

 

이 친구 총각 은행원 시절에 목포 출신 어느 아가씨가 자신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자청해서 자주 해대는데 이런 사람 말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아마 그 반대로 자기가 죽자살자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 연유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친구는 영남 진주 출신이면서 호남을 퍽 좋아한다. 기질이나 주변 상황 등 그의 면모를 봤을 적에 그것 말고 딱이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하기휴가 때 둬 번 남도를 함께 여행했는데 뒷날 300키로가 넘는 다도해를 혼자서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 운영하는 이야기를 좀 더 하면, 국회에서 어린이집으로 시끄러울 때의 이야기다. 이 놈우 어린이집 사태, 하면서 머리를 깎든지 지방의원 나가든지 해야겠다고 이를 간 적 있다.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받아줄 만한 곳이 없자 무소속으로 나가겠다고 서류 만들며 객기를 부리더니 나가서 득표가 10%도 안되면 본전도 못 찾는다는 내 말을 듣고 황급히 출마 의사를 거두어들인 경력의 소유자다.

 

언젠가 촛불집회에 참석하여 으쌰으쌰 하기도 해서 그럴 때는 이 친구 이런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데 나중에 술 한 잔 먹으면서 들어보면 영판 견고한 ‘꼰대’다. 하기야 당시는 보통 정도의 남녀노소들이라 해도 한번쯤은 광화문 집회에 와보기도 했던 시절이다. ‘무능’하지도 않고 ‘부패’하지도 않은 스텐스를 유지하며 적당한 경계선에 서서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곧잘 이것 저것, 이 사람 저 사람 싸잡아서 비판과 분석을 일삼기를 좋아한다. 세상 많은 일들은 그의 분석 앞에서 온전하지 못하며 우리가 보기에 멀쩡한 사람도 그의 논리를 타면 지탄받는 인사가 되어버린다. 반대로 보기에 별로인 사람도 그가 분석하면 매우 바람직한 사람으로 둔갑한다. 못하면 잘 하라고 비판하고, 잘 하면 더 잘 하라고 칭찬인지 욕인지 구시렁거리고 나무라는 친구다. 그의 비판이 2021년 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피해갈 리 없다. 누구 누구 가릴 것 없이 가차 없었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달리 반박할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벙어리가 되었더이다.

 

우리 곁에는 우리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친구의 비판과 표정을 통해 우리 이면의 현상을 보고 그의 외침을 통해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듣는다. 그 언어는 불과 수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내 동료일 수 있고, 내 이웃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와 동일한 조국의 영토 위에서 같은 농도의 산소로 호흡하는 사람들이 생산하는 말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선호 비선호로 가르기를 좋아하지만 가능한 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내 친구의 지적 덕이다. 친구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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