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지났을까 건넌방 문틈으로 간간이 코 고는 소리 흘러나온다
완성되지 않는 시와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두시 안방 문을 살며시 열고 곤히 자는 아내의 잠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우리 집 세 남자 중 아직도 철없는 큰아들 나의 아내는 친구, 연인, 엄마 같은 사람
잠들기 전 아직도 철이 들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던 사람 어느새 흰 머리카락들이 올라오고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곤히 코를 곤다
방안의 적막을 깨고 한 생이 걸어가는 소리 스스로를 허물어 한 생을 피워 올린 여인 밤마다 몇 번씩 뒤척이며 건너가는 저 너머의 세상
마중 나온 달과 별 사이에 한 여인이 사내 셋에 끼어있다
지금까지 따스한 온기를 주는 사람 차버린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벽이슬에 젖기 전 한 편의 시 마무리하러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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