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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수필가> 행복한 인터뷰

송지현 | 기사입력 2021/06/02 [15:29]

<송지현/수필가> 행복한 인터뷰

송지현 | 입력 : 2021/06/02 [15:29]

 

 

  ▲ 송지현/수필가
글과 디자인 대표
수필가, 칼럼리스트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올문학 2009 수필등단
칼럽집 「아름다운 사람들

 

정직, 진실, 친절이 성공의 비결이다!~

 

한 병원의 병원장 인터뷰를 했다. 질문을 마칠 무렵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와 위기는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빙그레 미소 짓던 원장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큰 보람은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혼자 찾아오던 젊은이가 결혼을 해 아내와 자녀들을 데리고 오거나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것이다. 의사로서 그 이상의 경지를 알지 못한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환자로부터 위안을 받

 

기도 한다. 죽음을 몇 달 앞둔 삶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인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본인의 고통과 비교할 수도 없을 텐데 오히려 의료진들을 보며 ‘고생이 많다, 힘들어 어쩌느냐’라며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 그런 분들을 통해 내 삶의 자세를 바로 잡곤 한다. 어

 

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내가 완전히 자신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도 어느 환자 덕분이었다. 의사 2년차 되던 어느 주말, 기차를 타고 가족여행 중이었는데 병원에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내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리는 내내 심경이 복잡했다. 의사로서 도무지 죽음의 원인을 알 수가 없고 보호자도 환자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했다. 아내를 잃은 보호자는 흥분해서 주먹질을 했다. 그분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었으나 마음 한 구석에는 감당하기 힘든 모멸감과 함께 억울한 심정도 있었다. 그렇다고 의사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유족 측에서 부검을 하겠다고 했다. 부검으로 사인을 밝혀내고 책임소재를 가려 의료과실이 있으면 형사적인 책임까지 져야 하고 의료과실이 없더라도 민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의사 가운을 벗는 일만 남은 듯했다. 그런데 부검을 하기로 한 날 아침, 환자의 남편이 찾아왔다. 그는 수척한 얼굴로 부검을 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이유는 ‘아내가 살아생전에 의사 선생님을 늘 고마워했다. 아내의 치료를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주셨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모든 것들 접겠다. 혹시라도 선생님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용서할 테고, 잘못이 없다면 그동안 유족들이 무례하게 대한 것까지 사과하겠다. 다만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도 수많은 환자를 볼 텐데 의사로서 이런 경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에

 

게 더 많이 정성을 기울이는 의사가 되어 달라’라고 했다. 그날 보호자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때가 의사로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짐작컨대 만약 환자를 대하는 내 모습이 진실 되지 않았다면 보호자의 판단은 달랐을 것이다. 실력을 자랑하기 이전에 인간적인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신념도 그때 생겼다. 의료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는데도 의료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의사의 실력 때문일까. 오로지 지식만 추구하며 실력만 믿고 환자를 대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의사로서의 긴장감이 떨어질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는 원장님의 인터뷰를 마치며 큰 감동과 함께 위기는 기회이며,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사는 기본은 정직과 진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사고 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대부분 정직하고 진실 되지 못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인 것을 본다. 결국 성공과 행복을 연결 짓는 단어는 정직, 진실, 최선이다.

 

그렇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정직과 진실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라면 필자는 친절을 추가하고 싶다. ‘친절한 동정은 철문(鐵門)으로도 들어간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친절은 결코 헛되지 않다. 부드럽고 친절한 언동은 성공한다’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친절하지 않고 잘난체한다면 그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백화점을 갔을 때 점원이 친절하면 사려던 물건 외 다른 물건도 사게 되는 경우가 있고 불친절하면 물건이 마음에 들

 

어도 사고 싶지 않아 그냥 나올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해 가게로 들어선 노부인에게 손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가 그치길 기다리도록 친절을 베풀었던 가구점 점원이 카네기의 새로 지은 저택에 들어갈 가구 전부를 주문받아 곧바로 팀장이 되고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일화도 있다. 노부인은 바

 

로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 간 인간관계나 업무에 있어서는 물론 기업이 사업을 할 때에도 정직하고 진실하며 친절함은 기본이다. 그런데 막상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직하게 영업'하고, '공정하게 경쟁' 한다는 것이 그리 쉽

 

지만은 않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정직하고 진실하며 친절한 기업이 살아남는다.

 

돈을 축적해 놓고도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들과 기업들, 남의 돈을 고의로 떼어먹는 사람들, 사람들과 기관을 속여 사기를 치는 등 불신이 만연된 세상이지만 정직하고 진실 되며 친절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밝고 희망차다. 친절한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병의 반은 낫는다는 말을 실감하며 행복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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