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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컬럼> “저기요, 제 이름은요…”

이태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9/23 [16:58]

<의정 컬럼> “저기요, 제 이름은요…”

이태호 기자 | 입력 : 2020/09/23 [16:58]

  ▲ 안산시의회 의원 이경애

 

사람에게나 사물에게나 불리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들은 단순히 사람이나 사물을 인지하는 뜻도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나 역사적인 의미나 사회적 연결고리를 뜻하는 공유적 개념이나 정서적 개념도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불려 지는지 마음을 쓰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님이 의미를 담아 지어준 이름이 놀림감이 될 때, 의미가 퇴색되어질 때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과연 그 이름으로 불리면서 평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이름을 빠꿔야겠다고 결심하면 작명소나, 학식이 높아 존경을 받는 선배나, 현명한 친구 등의 조언을 받아  좋은 이름을 찾기도 하고 앞으로 불러질 이름이 과연 본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기를 기원하면서 이름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큰 사업을 하거나 작은 매장을 열 때도 회사이름이나 매장 이름을 최대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도 하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활동을 할 때도 이름 앞에 본인을 상징하는 뜻을 담아 호를 붙이기도 한다. 겨우 눈을 맞추기 시작한 아기도 이름을 불러주면 자기를 부르는 줄 아는지 방긋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춰 옹알거리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도 개야, 고양이야, 토끼야 하고 부르지 않는다.

까미야, 다람아, 해피야 하고 이름을 붙여 불러준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이름은 역사적이며, 정서적이며, 상징적인 종합문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김춘수시인은 <꽃> 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하지 않았는가? 

 

요즘 안산은 이름으로 인한 작은 소란과 보이지 않는 갈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산문화광장을 안산광장으로, 단원미술관을 김홍도미술관으로 바꾸겠다고 의회에 안건이 상정되었다가 부결되어 없었던 일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는 당의 이름들이 바뀌기도 하고, 조직개편이 있을 때는 국이나 과, 팀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기도 한다. 의회는 상임위의 간사를 부위원장으로 이름을 바꿔 2021년 1월 1일부터는 부위원장으로 명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의견들을 받아 공단역을 초지역으로 바꿨고, 신길온천역을 **역으로, 원곡역을 **역으로 바꾸기 위해 국토부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대앞역을 멀리 떨어져 있는 한양대를 의미하기보다 이동역이나 농수산물 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민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름은 사회적 약속이고 서로를 인정하는 신뢰의 눈 맞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름을 바꾸는 것에 갈등이 있는 것은 비용의 부담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역사적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는 듯하다.

 

정책을 펼치는 몇몇 사람의 정서적 자부심이나, 문화적 선호도, 또는 역사의식에 기대어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에 시민들은 의아한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예전에 문화광장이란 이름을 바꿀 때 시는 몇 달 동안 시민들께 제안을 받았고 그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던 문화광장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과정 ......... 시민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내는 것은 바로 과정의 생략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하려하니  왜? 라고 고개를 갸웃대는 것이다. 그래, 더 좋은 이름일 수도 있다. 더 훌륭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명의 공직자는 잊은 듯 하다. 민주주의는 과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하는가? 를..... 70여만의 시민들을 더 좋은 쪽으로 안내한다는 과도한 책임감과 과도한 자부심의 발로는 아닐까?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깨닫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결정했던 역사적, 문화적 이름들이 결국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었다는 것을... 협궤열차가 그랬고, 사리포구가 그랬다.

 

남겨둘걸, 남겨 두어서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불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우리는 후회하고 있지 않는가?

 

화창한 오늘 하루, 안산의 곳곳을 둘러본다. 노적봉폭포, 장미원, 식물원, 매화동산, 본오뜰, 갈대습지, 동막골, 아랫버대, 웃버대........ 

 

오랜 세월이 지나서 누군가의 정서적, 문화적, 역사적 선호도나 자부심에 기대어 이 이름들이 바뀌면 우리는 이곳을 찿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이름들에 대해 우리는 또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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